“선생님 살려주세요. 죽을 거 같아요.” 30대 후반의 한 남자가 끊어질 듯한 옆구리 통증에 식은땀을 흘리며 모기소리만한 목소리로 고통을 호소하며 진료실에 들어왔다. 비뇨기과 진료실에 인상을 쓰면서 절절 기어 들어오거나, 죽을 것 같이 아프다고 하면 십중팔구는 요로결석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환자의 진단은 좌측요관결석으로 판명되었다. 요로결석은 출산의 고통과 어깨를 겨루고, ‘도’를 닦는 것에 비유될 만큼 통증이 심한 질환이다. 흔히 여자분들도 “애 낳을 때보다요? 이게 훨씬 아파요...”라고 얘기할 정도니까.
응급으로 통증을 가라앉힌 후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자세한 문진을 하기 시작했다.
작은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박모씨(28)는 “모든 종류의 맥주를 마셔봤다”고 자랑할 정도로 맥주 마니아였다. 친구들과 ‘맥주사랑동호회’를 결성할 만큼 물마시듯 맥주를 마시는 맥주애호가로 소문 나 있다. 물론, 맥주를 마시면서 땅콩과 같은 견과류를 즐겨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인기높은 박씨에게 남 모르는 고통이 있었다.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된 간헐적인 옆구리 통증. 처음엔 앉은 자세가 안좋아 허리가 아픈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이다.
그러다 올해 4월 어느날 터질 듯한 배뇨 욕구에도 불구하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았다. 간신히 몇 방울 짜내던 중 비수가 꽂힌 듯한 왼쪽 옆구리 통증에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병원을 가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지만 “전날 밤 잠을 잘 못자서 그렇겠지”라고 다시 넘겼다.
두 달 뒤인 6월 초 어느날 아침 소변을 보고 내려다본 변기는 붉은색 일색이었다. 검붉은색 혈뇨가 나온 것이다. 바지 지퍼도 채우지 못한 채 허둥지둥 룸메이트 선배에게 자문을 구했다. “피곤하면 그렇다”는 대답을 듣곤 다시 안심했다.
하지만 며칠 뒤 친구 생일을 맞아 술자리를 갖던 중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얼마전부터 간간히 있던 왼쪽 옆구리가 손가락 하나 까닥거리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 결국 119 구급차로 실려 병원에 가야 했다.
이처럼 간혹 옆구리가 불편하거나 허리가 아파서 침이나 뜸을 뜨는 분들 중에서 요로결석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박씨의 경우에는 이미 4년전에 요로결석이 생긴 상태였으나 간헐적으로 통증이 있다가 사라지는 증상이 반복되면서 치료없이 무시해온 것이 문제였다.
흔한 오해중의 하나가 “맥주를 마시면 결석 예방이 된다” “결석이 있으면 맥주를 마시는 것이 좋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잘못된 속설일뿐이다. 오히려 맥주를 많이 마시면 결석발생률이 증가할 수 있다.
흔히들 맥주와 함께 먹는 “땅콩”이나 “호두”“아몬드”와 같은 견과류는 결석의 주성분인 수산염 성분이 많아서 과다 섭취할 경우 오히려 결석발생을 증가시키게 된다. 또한 맥주를 먹게 되면 알콜의 이뇨효과로 일시적으로 소변량이 증가하지만, 다음날에는 오히려 탈수가 되기 때문에 결석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을 악화시킬수 있다.
맥주마니아인 박씨의 경우에도 결석에는 맥주가 좋다라는 말을 믿고 좋아하는 맥주를 안심하고 마신 것이 문제였다.
박씨는 고에너지 충격파를 가해 결석을 깨뜨리는 치료를 두 차례 받고 결석을 깨끗이 없앨 수 있었다. 이후 박씨는 ‘맥주는 사흘에 한 번 1,000㏄ 이하만 마시고 땅콩 등 너트류는 절대 먹지 않는다’는 새로운 주도(酒道)를 선언했다.